
한니 | @HANNI_second
암흑
-1.
“세상에, 한니발! 전 이런 건 어울리지 않아요.”
윌은 말과 다르게 기쁜 표정으로 자랑스럽게 반지를 손가락에 끼웠다.
“이것은 저와 당신이 공유하는 반지입니다. 우리는 한 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증거죠. 내 사랑, 당신이 너무나도 아름답군요.”
한니발은 자신의 손에 끼어있는 똑같은 반지를 윌에게 보여줬다. 그의 애인은 그것을 바라보며 뺨을 물들였다.
0.
사람들이 특별해진 것은 불과 3개월 전부터였다.
암흑
그 이상의 공포가 모두를 집어 삼켰다. 사람들은 차츰 ‘좀비’라고 불리는 것들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그것들의 어떤 것들은 천천히 걸었으며, 그것들의 어떤 것들은 빠르게 달렸다. 몇몇은 초록색의 피부를 가졌고, 또 어떤 것들은 생기가 없는 회색이었다. 그렇지만 그것들은 모두 사람을 물어뜯는다는 무시무시한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들에게 물린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 새된 비명을 질러 대었다. 그리곤 어떤 것들은 조금씩 고통을 잊은 듯 비명 또한 멈추며 ‘좀비’가 되고는 하였다.
운명은 노크와도 같아서 언제라도 문을 두드린다. [운명 교향곡]은 그렇게 베토벤의 운명을 나타냈다. 그에게 운명이란 언제나 문을 두들기는 친절한 존재. 적어도 그에게는 언제나 예고 없이 문을 ‘벌컥’하고 여는 그런 불친절한 존재였다.
약 3개월 전에 그 날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이 특별해지기 시작하던 날. 그 날은 완벽해 보이기만 했다. 나는 침실에서 몇 주 전에 창문을 열어두고 햇빛에 의지하여 나는 쇼팽의 [환상 즉흥곡]을 치고 있었다. 나는 피아노가 좋았다. 피아노를 치고 있노라면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 때문이었을까. 이상하게도 나는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아마도 그 때, ‘그것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것이다. 아마도 나의 사람들이 하나, 둘 기묘한 선홍색으로 물들였을 것이다. 그들 중 몇몇은 돌연변이와도 같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지 못한 채 초록색, 회색으로 물들였겠지.
그가 막 [환상즉흥곡]의 3악장을 끝내고 있었을 때,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하나의 음이 들려왔다, 비명처럼 들리는 것이. 무엇일까. 그는 무심코 창문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운이 나쁘게도 하나의 ‘이상한 생물체’가 사람을 무는 것을 보았다. 그 생물체는 마치 진창이 되어 녹기만을 기다리는 눈(雪)과 같은 색을 띄고 있었다. ‘그것’에게 물린 사람은 무척이나 괴로워 보였다. 그 사람이 물린 자리에서는 놀랍도록 빨간 피가 솟구쳤고, 그 피는 그 사람의 옷과 온몸을 적셨다. 그 사람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파도가 왔군.
그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 파도가 왔어. 다시 되새겼다. 검고, 육중한 비늘을 움직이는 짙은 파도가 왔지. 그는 조금씩 뒷걸음질을 쳤다. 파도를 누군가를 지키려는 듯이. 그는 서둘러 문을 열고서는 달아났다. 파도에서 윌 그레이엄을 지키기 위해서.
1.
"만인의 불치병, 에이즈의 치료제를 개발해내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류를 멸망시키고 있는 ‘좀비’의 근원은 치료제로부터였다. 에이즈라는 무서운 질병은 치료제가 없다는 아주 작고 단순한 이유로 모두의 공포였다. 돼지의 유전자와 같은 하찮은 유전자를 들여 보았던 사람은 몇이나 되었을까. 그 중에서 돼지의 유전자가 에이즈의 박테리아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차릴 사람은 몇이나 되었을까.
버저 회사에서는 자신의 회사에서 양육되는 돼지를 기반으로 약학 연구를 진행했다. 모두가 그것이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돼지 따위에서 그 대단한 약이 개발 될 일이 없으니까. 그러나 그 약학 연구소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한 연구원은 작은 현미경으로 큰 희망을 보았다. 그녀는 단숨에 저명한 생물학자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칭송하듯 했다. 그녀의 말, 그녀가 살아온 인생, 그녀의 행동까지 모든 것이 신문과 인터넷에 지겹도록 나타나와 왔고, 사람들은 그녀를 입이 마르게 칭찬해왔다. 베벌리 카츠. 그것이 그녀의 이름이었다.
그녀는 그녀가 일하던 연구소의 소장을 맡게 되었다. 파격적인 인사임이 틀림없지만 모두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영웅이었으니까. 그녀는 자신이 만든 에이즈 치료제를 토대로 다른 질병들의 치료제를 만들고자 하였다. 며칠 후에, 연구소의 인턴 연구원이 조현증 걸렸다. 모든 사람들은 그리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실험 중에 생긴 작은 해프닝이니라. 라고 생각했다.
그 연구원은 가까운 대학병원 병동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 다음날에는 그 연구원이 광우병처럼 날뛰었고, 그를 간호하던 간호사 두 명과 담당 의사를 무는 이상증세를 보였다. 그 후부터 ‘좀비’는 하나 둘 씩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그것을 우리는 ‘좀비 바이러스’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베벌리 카츠는 영웅에서 순식간에 죽일 년이 되었다.
좀비가 되면 이상한 움직임으로 사람을 찾아 뛰어다닌다. 그르렁 대기도 한다. 좀비의 머리를 훼손 하지 않는 이상, 그들은 죽지 않았다. 상처에서는 피조차 흐르지 않았다. 그 사이로 식도, 대장, 소장, 혈관이 튀어나와도 그들은 죽지 않았다. 그들은 사람을 먹었다.
그러나 좀비 모두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은 엄청나게 고통스러워하며 자신의 몸이 좀비에게 물어 뜯겨,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몸은 좀비들의 먹이가 되어야 했다. 이것이 좀비가 사람들의 공포의 대상이 된 이유였다. 고통스러운 죽음. 허무한 마지막. 그리고 하찮은 좀비들에게 먹이가 되는 자신의 몸. 그 것들은 그것을 공포의 대상이라 칭하고 악역을 맡기기에는 더 없이 완벽한 이유였다. 무엇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들을 두려워하는 걸까. 무엇 때문에 사람들은 죽음을 맞이하는 걸까. 무엇 때문에 사람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 걸까. 무엇 때문에 사람이 특별해 지기 시작한 걸까.
2.
많은 사람들이 ‘좀비’로 변했다. 그리고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나서야 좀비 바이러스 치료제가 개발되었다. 그 치료제는 좀비를 인간으로 만들었다. 그 치료제를 개발한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좀비 바이러스를 일으킨 사람과 같았다. 베벌리는 버저 회사에서 제공하는 안전한 벙커 연구소에서 그 치료제를 개발했다고 했다. 위험을 무릎 쓰고 좀비를 잡아오며 연구했고, 그 좀비들을 연구하며 치료제를 발견했다고 했다. 그녀는 죽일 년에서 다시 영웅이 되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과거를 잊었다. 좀비 바이러스, 그 망할 것을 발견한 그녀의 과거 따위는 잊어 버렸다. 사람들은 다시 그녀를 찬송했다. 단 한 사람만 제외하고, 한니발 렉터만 제외하고.
치료제의 치명적인 결함은 이미 큰 부상을 얻은 좀비는 치료제를 맞아도 인간으로 돌아오긴 하지만, 좀비일 적 얻은 상처로 인해 죽는다는 것이다. 모두가 치료제로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좀비에서 인간이 되는 경우도 있었고, 좀비에서 시체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한니발은 그 망할 사실이 싫었다. 그 젠장맞을 사실을 부정했다.
3.
“윌, 오늘은 신선한 고기입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마치 아침 이슬처럼 신선한… 아니, 아닙니다. 이것은 제가 직접 잡아 온 것입니다. 걸음이 느린 사람이더군요.”
윌은 의자에 묶여있었다. 그곳에서 벗어나려는 듯이 앞뒤로 계속 거칠게 움직였다. 윌은 초록빛 피부를 가졌고, 배에는 섬뜩한 상처가 있었다. 그 사이로 장기가 쏟아져 있었다. 그 상처 밖으로 흘러져 내린 잘린 대장과 소장이 보였다. 누군가 윌은 본다면 분명히 좀비라고 할 것이었다.
한니발이 윌에게 다가오자 윌은 어떻게든 한니발을 물기위해 발악을 했다. 한니발은 그 행위를 보았다. 그는 윌에게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그의 앞에 사람 고기를 내놓았다. 윌은 그것을 게걸스럽게 먹었다. 총명한 FBI 교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본능에 충실한 좀비가 되었을 뿐이었다. 한니발은 윌의 손가락에 끼어있는 반지를 슬프게 바라봤다.
4.
사고가 일어난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냥 죽게 해줘요, 한니발. 날 암흑 속으로 보내줘요.”
윌은 한니발의 손에 메스를 쥐어주며 말했다. 그는 이미 좀비에게 물린 후였다. 그는 서서히 좀비가 되어가고 있었다. 윌은 마지막 남은 이성으로 한니발에게 자신을 죽이라고 했다. 좀비가 되느니 차라리 시체가 되는 게 나았다.
한니발은 공포스러웠다. 정말로 윌을 잃을 것만 같았다. 그는 윌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메스로 그의 배를 갈랐다. 윌은 피를 솟아내며 쓰러졌다. 그의 상처 사이로 잘린 장기들이 보였다. 그러나 그는 이미 좀비가 된 후였다.
5.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기다린다면 새로운 좀비 치료제가 나올 것이다. 한니발은 의사에서 약학 연구원으로 직업을 바꿨다. 퓰러 회사에서 운영하는 연구소에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었다. 그 역시 이미 죽어있는 좀비 시체를 가지고 치료제를 개발하려고 했다. 깊은 상처를 입은 좀비 역시 인간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치료제를. 모두가 그것이 무모한 일이라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상처를 깊게 입은 좀비들은 이제 대부분 소멸되었다. 거의 없는 좀비들을 치료하는 좀비를 위해 그 치료제를 개발한다고? 모두가 돈 낭비라고 입을 모았다. 그 연구소는 적은 돈으로 겨우 치료제 개발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한니발도 그것이 희망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난다면? 그에게 작은 기적이 일어난다면?
6.
그날은 이상한 날이었다. 항상 여덟 시까지 일했던 한니발은 이상하게도 그날 일찍 퇴근했다. 그날따라 한니발은 집 문을 잠그고 가는 것을 깜빡했다.
그는 여섯 시에 자신의 집에 도착했다. 기분 좋게 문을 여는 즉시, 그는 집 문이 열려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집 안에서는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한니발은 그 즉시 윌이 있는 그의 지하실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알라나 블룸이 있었다.
“나는… 나는… 요즘 당신을 못 봐서… 그래서 왔는데… 그런데 지하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근데…”
“진정해요, 알라나. 진정해요. 내가 다 설명할 수 있어요.”
한니발은 그러면서 알라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그는 알라나를 공격할 기회를 노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나한테 다가오지 마요.”
알라나는 리볼버를 한니발에게 조준하며 말했다. 한니발은 두 손을 들었다.
“오, 알라나. 총알은 있나요?”
알라나는 대답 대신 한니발의 다리를 쐈다. 극심한 고통이 한니발을 덮쳤고, 이내 그는 기절했다.
7.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윌 근처에는 많은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한니발은 그 중에서 잭과 지미, 브라이언을 볼 수 있었다.
“윌이 이렇게 되다니… 믿을 수 없군.”
잭이 중얼거렸다. 지미는 고개를 가로로 저으며 잭에게 말했다.
“그러게요. 안타까운 윌.”
“하지만 어쩔 수 없죠. 그는 이제 소생 불가능 인 걸요.”
브라이언이 총을 꺼내 윌을 조준하며 말했다.
“안 돼…”
바닥에 쓰러진 한니발은 어떻게든 그 행위를 저지하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알라나가 쏜 다리는 움직이지 못했다. 잭은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한니발을 흘깃 쳐다보았다.
“한니발은 어떻게 되는 건가?”
“아직 좀비를 그대로 둔 사람을 처벌하는 법은 없잖아요? 국회가 무너졌으니. 우리도 겨우 조직을 유지하고 있잖아요.”
잭의 말에 지미가 말했다. 그걸 들은 브라이언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빨리 법이 만들어져야 할 텐데. 그냥 빨리 끝내버리죠?”
“안 돼… 안 돼!”
한니발이 외치는 동시에 총성이 울려 퍼졌다. 윌은 힘없이 쓰러졌다. 그의 목숨을 앗아간 상처에서는 피조차 흐르지 않았다. 한니발은 온힘을 다해 기어가 윌에게 다가갔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서는 핏자국이 남았다. 사람들은 불쌍하다는 눈빛을 보내며 한니발이 움직이도록 내버려두었다.
윌은 약게 그르렁거렸다. 그는 더 이상 무언가를 물려고 하지 않았다. 입은 속절없이 벌어져있었다. 한니발은 그를 끌어 앉았다.
“윌, 윌, 윌…”
한니발이 윌을 불렀지만 윌은 그것을 들을 리가 없었다. 한니발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래도…
“당신을 기억할게요, 윌. 당신을 기억할 거예요.”
그는 자신의 자켓 안주머니에 있던 메스를 꺼냈다. 그러자 모두가 그를 경계하며 그에게 총을 겨눴다. 한니발은 반지가 껴있는 윌의 손가락을 메스로 잘랐다. 한니발은 그것을 소중하게 품었다. 그리고 그는 복수를 다짐했다.
8.
“한니발, 이러지 말아요! 한니발!”
알라나는 한니발의 팔에 갇혀있었다. 한니발의 손에는 메스가 들려 있었다.
“한니발! 한니발!”
알라나는 추한 비명을 질러댔다. 한니발에게 그것은 불협화음처럼 느껴졌다. 클래식에서의 불협화음은 그를 놀라게 했지만 알라나가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은 그저 기분 나쁘게만 만들었다.
한니발은 지체 없이 알라나의 목을 그었다. 알라나는 꺽꺽 거리는 소리를 내며 주저앉았다. 그녀의 입에서는 피거품이 흘러져 나왔다.
*
“한니발,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요.”
브라이언은 도리질 치며 말했다. 그는 주저 앉아있었다. 그의 발목은 한니발이 메스로 그은 상처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
한니발은 메스로 그의 배를 난도질했다. 브라이언은 귀가 아프도록 큰 비명을 질렀다.
*
“한니발…”
잭의 양 손에는 식칼이 박혀 있었다. 그 때문에 잭은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을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도 않았다. 그저 한니발을 노려볼 뿐이었다.
“한니발…”
당신을 후회할 거예요. 잭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한니발은 그 눈빛이 싫었다. 그는 잭의 뒷목을 메스로 그었다. 그는 그의 뒷목에서 피를 쏟아냈다. 그 피는 바닥에 흥건히 퍼졌다. 그 피는 모든 것을 반사시키고 있었다. 한니발이 그 피에서 반사된 자신의 모습을 보려했지만, 그 곳에서는 그저 검은 악마만 보일 뿐이었다.
*
“난 당신이 모두를 죽인 걸 알고 있어요.”
지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니발은 무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지미는 덜덜 떠는 손으로 그를 제지하며 말했다.
“난… 나는… 잘못이 없잖아요. 나는… 난 잘못 없어요.”
“그 말이 맞아요, 지미. 당신이 옳아요.”
그 말에 지미는 안심하는 듯했다. 그의 경계가 풀렸을 때, 한니발은 그에게 순식간에 다가가 전문적이 솜씨로 그의 목을 꺾었다.
“…그리고 이건 내 화풀이인 지도 모르죠.”
한니발은 말을 듣지 못하는 시체를 향해 말했다.
9.
그의 살인은 이미 탄로되었다. 모든 경찰이 그를 쫓고 있었다. 모든 텔레비전에서는 한니발의 얼굴이 나오며, 앵커가 잔혹한 살인마를 조심하라고 말한다.
한니발의 다음 목표는 확연했다. 그는 베벌리의 집 주소를 어렵게 알아냈다. 그는 몸을 숨기고 베벌리의 집 근처에서 잠복했다. 그녀가 마침내 직장에서 돌아와 집으로 들어갔을 때, 한니발은 움직였다.
한니발은 섬세한 손기술로 문의 자물쇠를 풀었다. 그의 외과기술은 자물쇠를 푸는 것에 유익했다. 한니발은 조용히 문을 열고 복도에서 발걸음을 죽이며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그는 용의주도하게 신발도 벗어두었다.
“돌아왔어?”
거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한니발이 언젠가 들어본 목소리였다.
“어, 언니. 오늘 너무 힘들었…”
“돌아왔어?”
“언니도 밥이 먹고 싶구나? 내가 신선한 고기를…”
“돌아왔어?”
“…”
“돌아왔어?”
“미안해.”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돌아왔어?”라고 묻는 목소리는 끊겼다. 그 덕분에 들리지 않았던, 약게 그르렁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분명 좀비의 소리였다.
한니발은 거실로 향했다. 그가 마침내 거실에 도착했을 때, 그를 바라보는 당황한 베벌리와 좀비를 볼 수 있었다. 그 좀비는 몇 남지 않은 금발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좀비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익숙하고도 우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니발은 그 좀비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좀비는 베델리아 뒤 모리에였다. 그녀는 상반신에 절개선 같은 것이 그어져 있었다. 그 사이로 갈비뼈와 장기를 볼 수 있었다. 베델리아는 짧은 사슬이 벽에 연결된 목줄을 차고 있었다. 베벌리와 한니발을 향해 달려갔지만 그녀는 목줄 때문에 움직일 수 없었다. 베델리아는 위협적으로 그르렁 거렸다.
베델리아한테 동양인 애인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었다. 한니발은 그 애인이 여자며, 약학 연구원이며, 베벌리 카츠라는 얘기는 들은 적 없었다.
한니발의 메스를 든 손이 힘 풀렸다. 베델리아에게 윌이 투영되었다.
“전 어쩔 수 없었어요.”
베벌리는 한니발에게 말했다. 그녀는 어느새 평정을 찾고 있었다.
“베델리아가 좀비가 된 건 순식간이었어요. 나는… 어쩔 수 없었어요. 난 그때 치료제를 만들고 있었고, 좋은 실험체가 바로 제 옆에 있었어요. 나는 할 수 없이 베델리아를 해부했어요. 그녀의 장기를 꺼내 치료제를 개발했어요. 베델리아를 죽여야 하지만 난 죽일 수 없었어요. 난… 나는 참아 죽일 수 없었어요. 치료제로 베델리아를 치료할 생각이었어요. 근데 난 몰랐어요. 소생 시킬 수 없는 상처를 입으면 인간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걸…”
“…”
한니발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난… 지금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어요. 나도 치료제를 개발할 수는 없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이런 내 맘 이해하죠? 당신은 이해하죠? 당신은 이런 내 맘 이해할 수 있죠?”
한니발은 베벌리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의 감정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해를 넘어 공감할 수 있었다. 마치 윌이 그랬던 것처럼. 그의 자켓 주머니 안에 있는 윌의 손가락이 느껴졌다.
그는 멍한 표정으로 메스를 떨어뜨렸다. 베델리아는 여전히 한니발과 베벌리를 향해 그르렁 거리고 있었다.
10.
[테틀크라임] 잔인하고 무자비한 살인마, 한니발 렉터가 체포되다... 알고 보니 충격!
무자비한 살인마로 알려진 한니발 렉터가 어젯밤 아홉시 이십일 분에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다. 그는 경찰서에서 순순히 투항했다고 한다.
한니발 렉터는 정신과 분석의 알라나 블룸, FBI 행동과학부 소속 요원 지미 프라이스와 브라이언 젤러, 행동과학부 부장인 잭 크로포드를 잔혹하게 살인했다. 알라나 블룸 목의 정맥을 끊어 피로 인한 질식사로 죽이고, 지미 프라이스의 목을 부러뜨렸으며, 브라이언 젤러의 배를 난도질 하고, 잭 크로포드의 뒷목을 잘라 과다 출혈로 숨지도록 했다.
한니발 렉터는 연쇄 살인을 하기 직전에 자신의 집에 좀비를 숨긴 전력이 있다. 그 좀비는 윌 그레이엄으로 FBI 교수이며 특별 요원이었던 유망한 사람이었다. 그가 한니발에게 감금되어 죽은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지미 프라이스를 살해하고, 투항하기 전까지의 행보가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소문에 따르자면, 버저 회사와 퓰러 회사에서 그 행보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경찰에게 압박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그 시간동안 무엇을 했을까? 그 동안 무엇을 했기에 대기업들은 이를 숨기려 하는 걸까? 그것은 앞으로의 취재를 통해 밝혀내도록 할 것이다.
프레디 라운즈 기자 (Gireagi1234@gmail.com)
테틀크라임은 언제나 당신의 후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 3333-15-1257969
11.
카츠 연구소라고 이름 붙인 연구소에는 늦은 밤까지 불이 켜져 있었다. 베벌리는 늦은 시간까지 연구를 하고 있었다.
“소장님, 너무 늦게까지 하면 안 됩니다~”
능글거린 연구원이자 그녀의 후배인 남자가 말했다. 그는 손에 들린 딸기 맛 감자 칩을 먹으며 퇴근했다. 베벌리는 그 말에 “응”이라고 성의 없게 대답했다. 그녀는 초조하게 중얼거렸다.
“이럴 순 없어… 이럴 순 없어…”
베벌리의 연구는 끊임없이 실패했다. 그녀는 이미 수백 가지의 항체로 변종 바이러스를 만드려고 했다.
“좋아…”
그 실험은 잘된 모양이었다. 현미경 아래 세포는 붉은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그것은 분명 기뻐할 것이었지만 베벌리는 기쁜 기색을 내지 않았다. 그저 무섭게 번식되어 가는 바이러스를 멍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마치 한니발이 죽어가는 윌을 바라봤듯이.
12.
…속보 입니다! 지금 다시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이 바이러스는 변종 바이러스로 보입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는 뇌를 손상시켜도 죽지 않는다고 합니다. 현재 변종된 좀비들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쉽게 진행되지 못합니다. 지난번에 치료제를 개발했으며 약학계의 권위자라고 불리고 있는 베벌리 카츠가 행방불명이 되었기 때문인데요. 그녀가 사라진 후에 치료제에 관한 자료가 모두 폐기 되었다고 합니다. 당국이 우선 베벌리 카츠의 행방을 쫓고 있습니다. 한편 변종 바이러스의 근원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