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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 | @HANNI_second

사랑으로 인한 상처와 상처로 인한 사랑

 

0.

 

마태볶음 10장 39절

 

자기 목숨을 얻으려는 자는 잃을 것이며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자는 얻을 것이다.

1.

 

  한니발과 윌은 절벽 이후 쿠바로 도망쳤다. 겉으로는 완벽했다. 한니발은 윌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고, 윌도 한니발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둘은 서로의 사랑을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윌은 자신이 한니발을 배신했을 때, 찔렀던 배의 상처가 아직도 욱신거렸다. 한니발 역시 또다시 윌이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까 의심했다. 윌은 언제든지 한니발을 배신하고 FBI에게 그들의 위치를 알릴 수 있었으며, 한니발은 언제든지 윌을 죽음 끝까지 몰아낼 수 있었다. 적어도 그들은 서로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윌은 안정적인 사랑을 원했다. 그래서 몰리와의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그것은 한니발을 대체하는 수단에 불과했다. 윌은 한니발을 원하고 있었다. 동시에 한니발과 안정된 생활을 하는 것을 원하고 있었다. 한니발도 이런 윌의 생각을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윌의 비위를 최대한 맞춰 더 이상 살인을 하지 않았고, 식인도 하지 않았고, 그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얇은 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다. 상대방이 자신의 발밑으로 돌을 던지면 얼음판은 부서져 언제나 가라앉을 수 있다. 그들은 서로를 또 의심하고, 의심했다. 그리고 서로를 믿었다. 한 편으로는 신뢰하고, 한 편으로는 신뢰하지 않는 그들의 관계는 우스꽝스러웠다.

 

2.

 

  그들은 정사를 마치고, 나체로, 녹진히 풀린 눈으로 누워있었다. 쿠바의 더운 날씨는 그들이 땀을 흘리게 하기 충분했다. 그들은 살인적인 더위를 느꼈다. 그들이 만약 사망한다면 범인은 쿠바의 더위일 것이다.

 

“난 당신에게 남긴 상처가 너무 자랑스러워요.”

 

  한니발이 윌의 배를 문지르며 말했다. 그 상처는 아랫배에 가로로 길게 나 있었다. 윌이 한니발을 배신한 날 한니발이 그에게 새긴 상처다. 그리고 한니발이 얼마나 윌을 사랑했는지, 윌을 얼마나 사랑했기에 배신감을 보였는지 나타내는 상처이기도 했다.

  윌은 그날의 일을 생생히 기억한다. 한니발의 저택에서 에비게일을 보았고, 그의 등 뒤로 한니발이 다가왔다. “당신은 떠났어야 했어요.”라고 윌이 말하자 한니발은 “우리는 당신을 두고 떠날 수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배를 갈랐다. “난 당신에게 희귀한 선물을 주고 싶었어요.” 한니발은 말했다. 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것은 붉은 장미와 같은 사랑의 사랑과 원망이 담긴 눈물이었다. 그리고 한니발은 에비게일의 목을 갈랐다.

  윌은 배를 천천히 쓰다듬고 있는 한니발의 손을 잡아 상처 바로 위에 올려두고 힘을 실어 그것을 만지도록 했다. 서늘한 통증이 상처를 통해 전해져 올라왔다.

 

“난 아직도 그날을 기억해요.”

“나쁜 기억은 잊어버리는 것이 나아요, 윌.”

“그건 더 이상 나쁜 기억이 아니에요. 그날은 당신이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보여주는 날이었고, 당신은 여과 없이 당신의 사랑을 드러냈어요. 이 상처는 당신이 남긴 사랑의 증표예요.”

“그리고 에비게일이 나온 흔적이기도 하고요.”

 

  윌은 한니발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에비게일은 자신의 딸이나 다름없었다. 에비게일이 살아있다는 걸 알았을 때는 기쁨이 파도처럼 밀려들어왔다. 그 상처로 인해 윌은 임신하고 있던 에비게일을 자신에 배에서 꺼낸 것과 같았다. 그리고 에비게일의 죽음은 그가 사산아로 태어난 것을 의미했다. 에비게일은 피를 뒤집어썼다.

  윌은 그 모습을 산부인과에서 한 번 본 적 있었다. 이름도 지어지지 않았던 조카가 사산아로 태어났다. 그것은 피를 뒤집어쓰고 검었다. 마치 타르를 뒤집어쓴 것처럼 검었다. 그 아이를 낳은 고모부는 그것이 자신의 잘못이라며 자책했다.

에비게일이 죽은 것 역시 윌의 잘못이었다. 윌은 그의 잘못으로 한니발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까봐 두려웠다.

3.

 

  윌은 한니발이 자신의 머리를 톱으로 가르려던 순간을 기억했다. 그것은 한니발이 윌에게 남긴 사랑의 증표였다. 베델리아는 그의 상처를 보고 질투했다. 그가 한니발의 사랑 받는다는 것을 사실 모두 질투했을 것이다. 적어도 윌은 그렇게 생각했다.

  한니발은 항상 그의 사랑을 행동으로 표현했다. 그를 사랑할 때 그의 뇌염을 방치했으며, 그의 배를 갈랐으며, 그의 머리를 갈랐으며, 그를 끊임없이 먹으려고 했으며, 그를 끊임없이 죽이려고 했다. 이 모두는 한니발의 사랑이었다. 윌은 그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4.

 

  윌은 처음으로 감기에 걸렸다. 아마도 차가운 바람을 일부러 쐬며 잤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높지 않은 열을 냈다. 계속 기침을 콜록대며, 코를 풀었다.

 

“그래도 심하지 않은 감기라 다행이군요.”

 

  한니발은 윌의 머리에 물수건을 올려주었다. 한니발은 그에게 해열제를 먹여주었다. 그러자 윌의 열은 금방 내렸고, 윌의 감기는 쉽게 나았다. 윌은 그것이 이상하도록 서운했고, 아쉬웠다.

 

5.

 

  윌은 항상 낚시를 나갔다. 그것은 한니발이 윌에게 허용한 유일한 취미였다. 윌이 한니발에게 허락한 유일한 취미인 독서처럼. 윌은 항상 집 근처에 있는 강에서 낚시했다. 그날 윌은 집에서 먼 강으로 향했다. 그곳은 꽃이 많아 벌이 많이 꼬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기피하는 곳이었다. 윌은 꽃이 만개하는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조금 지나서 벌은 위잉 소리를 내며 윌의 근처에서 날아다녔다. 그중에는 말벌도 있었다. 말벌이 윌의 피부에 닿자, 윌은 그 말벌을 내리쳤다. 말벌은 윌을 마치 총을 쏘는 것처럼 쐈다.

6.

 

한니발은 근처 약국에서 사 온 연고를 윌의 다리와 팔에 발라주었다. 윌은 총 세 번가량을 물렸다. 팔에 두 번, 다리에 한 번. 마지막에 말벌에 쏘일 때는 윌은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윌이 쏘인 자리는 독 때문에 흉한 상처가 생겼다. 한니발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윌, 위험한 곳인지 알면서도 왜 그곳에 갔습니까?”

“새로운 곳에서 낚시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곳에서는 연어도 잡히거든요.”

“아무리 그래도 위험한 곳에는 가지 말아요. 당신이 걱정되니까요.”

“…내 이름을 불러줘요. 내 이름을 부르며 말해줘요.”

“당신이 걱정됩니다, 윌.”

 

윌은 자신의 고통이 잊힐 것처럼 기뻤다.

 

7.

 

한니발은 마트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윌에게 동행할 것을 제안했지만 윌은 그것을 거절했다. 한니발이 혼자 떠나고, 윌은 그를 배웅했다. 한니발은 아마도 사십 분 이내로 돌아올 것이다. 윌은 한니발의 서랍장에서 리볼버를 하나 꺼냈다. 리볼버 안에 총알이 들어있는 것도 확인했다. 그리고 윌은 자신의 발을 향해 총을 쐈다. 붉은 피가 그의 발아래로 흘러내렸다.

 

8.

 

윌의 발에는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다. 한니발은 상처가 곪지 않도록 열심히 소독했다. 그때 윌은 따끔한 고통에 얼굴이 찌푸려졌지만 걱정하며 윌의 상처를 살펴보는 한니발의 얼굴에 그것은 금방 풀어졌다.

 

“왜 총을 제대로 다루지 않은 겁니까, 윌?”

“뒷문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어요. 총을 들고 향하던 참에 총이 발사되더군요. 순식간이었어요. 너무 아파요, 한니발.”

“당연히 아프겠죠. 총알이 당신의 발을 관통했으니까.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겨주세요, 윌. 당신은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에요. 난 당신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한니발은 한 달여 간을 윌을 정성스럽게 간호했다. 한니발은 항상 걱정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움직이려고 할 때는 상처가 터진다며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어쩔 수 없이 움직일 때는 그를 조심스럽게 부축했다. 윌은 그것이 너무나도 기뻤다.

 

9.

 

벌써 반년이 지났다. 그의 발은 완치되었다. 그저 작은 상처만 남을 뿐이었다. 윌은 샤워할 때마다 그 발을 내려 보았다. 허리 숙여 그 상처를 만져보기도 하였다. 한니발은 더 이상 그의 상처를 신경 쓰지 않았다. 윌은 불안해졌다.

윌은 한니발과 함께 마트로 향했다. 마트는 넓었고, 많은 사람이 있었다. 한니발은 잠시 유기농 코너로 간다며 윌을 잠시 내버려 두었다. 윌은 한니발이 사라지자마자 들어올 때부터 봐두었던 점원에게 다가갔다. 그는 조금 곱슬거리는 검은색 머리카락과 녹색 눈을 가지고 있었다.

 

“바쁘신가 봐요.”

 

윌은 그 점원에게 말을 걸었다.

 

“원래 마트 점원 일이란 것은 그런 거죠.”

“그래요? 언제쯤 끝나는데요?”

“여섯 시… 잠만, 지금 데이트 신청하는 거예요?”
“제가 전화번호 드릴게요.”

“아니- 전 남자한테 관심 없어요.”

“그러지 말고…”

 

윌은 그 점원에게 유혹적인 눈빛을 보내며 그의 팔을 붙잡았다. 점원은 윌의 시선에 흠칫했다. 윌이 돌아보자 한니발이 그들을 싸늘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윌은 입꼬리를 올리며 추하게 웃었다.

 

10.

 

한니발은 윌을 즉시 집으로 데려갔다. 바질과 파스타 면을 사서 바질 파스타를 만드는 게 그들의 계획이었지만, 그들의 장바구니에는 바질만 있었다. 한니발은 계속해서 냉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윌은 간질간질한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가 나에게 질투를 느끼고 있어. 그가 나에게 질투를 느끼고 있어. 그가 나를 사랑하고 있어.

 

“그 점원이 좋았습니까?”

“…”

 

윌은 일부로 한니발을 바라보지 않았다. 한니발은 더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점원은 당신을 싫어하는 것 같더군요.”

“상관없어요. 난 그가 마음에 들었으니까요.”

“정말 무례하군요, 윌.”

 

윌은 웃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윌이 입술을 깨물며 그 충동을 참았다. 그러나 한니발의 눈에는 그가 눈물을 참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 저에게 벌을 주면 되겠네요, 한니발.”

“…”

윌은 미리 손이 닿는 곳에 둔 사냥용 칼을 꺼냈다. 오래전 한니발의 주방에서 그가 윌을 찌를 때의 똑같은 칼이었다. 윌은 그 칼의 날을 이미 갈려져 있었다. 한니발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빨리 저를 찔러요, 한니발.”

“…”

“한니발, 찔러 줘요. 어깨도, 뺨도, 배도 아무 데나 상관없어요. 당신의 화가 풀린다면 어디든 상관없어요. 어서 찔러줘요. 저에게 벌을 줘요.”

 

한니발은 마침내 윌의 의도를 알아챘다. 진작 알아챘어야 했다.

 

“난 당신을 찌를 수 없어요, 윌.”

 

한니발은 칼을 멀리 던졌다. 윌은 그러자 공포 어린 표정을 지었다.

 

“난 당신을 해치고 싶지 않아요. 당신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요. 난 더 이상 당신을 아프게 하지 않을 겁니다. 내가 당신을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윌. 그러니 이런 짓은 하지 말아요. 제발요.”

“난… 나는…”

 

한니발의 말에 윌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윌은 자신이 또 다른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깨달았다. 한니발이 그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진심으로 들리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해치고 않다는 말에 집중할 뿐이었다. 나를 더 이상 상처 내지 않겠다고? 나를? 왜? 더 이상… 윌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한니발은 윌은 안았다. 윌은 한니발의 따뜻한 품이 느껴졌다. 그러나 윌은 그 포옹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저 멀리 떨어진 칼을 바라보았다.

 

11.

 

윌은 화장실로 향했다. 변기 위에 앉아 바지를 벗었다. 그의 한 손에는 칼이 들려 있었다. 그는 눈을 시퍼렇게 뜨고 시퍼렇게 날이 선 칼로 그의 허벅지를 갈겼다. 그의 상처에서 붉고 검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그 피는 뜨거웠고,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여러 번 갈기니 어느새 윌의 허벅지는 상처투성이가 되었고, 변기에는 그의 피가 한가득 흘렀다. 윌은 그 상처가 따끔거릴 때마다 한니발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사랑해요, 윌. 온 마음을 담아 진실하게 사랑해요.” 그것은 다정한 목소리를 띄고 있었다. 윌은 웃음 지었다.

12.

 

한니발과 윌은 침실에서 허겁지겁 옷을 벗어 던졌다. 둘은 입을 맞추며 서로의 셔츠를 벗어 올렸다. 그들의 정사는 항상 한니발이 주도했지만, 오늘의 정사는 윌이 주도했다. 한니발은 이런 윌의 적극적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윌이 자신의 사랑을 갈구하는 것 같았다. 그는 윌이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수많은 일을 생각했다. 나는 윌에게 더 이상 상처 나는 것을 원하지 않아. 윌의 뺨에 난 상처를 만지며 한니발은 생각했다. 그에게 상처를 입히기엔, 그는 한니발에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가 되어있었다.

한니발의 윌의 바지를 끌어내리려고 하자 윌은 그것을 저지했다. 한니발은 그것이 의아했다.

 

“왜 그러나요, 윌?”
“…불 끄고 해요. 부끄러워요.”

 

한니발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강제로 윌의 바지를 내렸다. 그리고 상처로 가득한 윌의 허벅지를 보았다. 수많은 상처가 윌의 허벅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어떠한 것들은 너무 깊게 베여서 흉한 흉터로 남을 것 같았다.

 

“왜 그랬나요, 윌.”

 

한니발은 침착하게 윌에게 물었다. 그러나 윌에게는 한니발의 표정이 무섭게 느껴졌다. 한니발이 자신에게 실망하고 있다고 느꼈다. 윌은 또 하나의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했다. 이미 내가 저지른 잘못이 많은데, 또 잘못을 저질렀다니. 윌은 절망했다.

한니발은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심하게 떨고 있는 윌을 바라보았다. 한니발은 윌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한니발은 윌의 고개를 억지로 돌리게 해 자신을 바라보도록 했다.

 

“윌.”

“…”

“난 이런 당신을 원하지 않아요. 나는…”

 

당신이 더 소중히 당신 몸을 여기기 바래요. 당신이 그러지 않아도 난 당신을 사랑해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두려움에 잠식된 윌의 표정을 보자 말이 나오지 않았다. 윌의 동공은 커지고 얼굴은 새하얘졌다. 그리고 아까보다 더 덜덜 떨고 있었다. 그는 숨 쉬는 것조차 잊은 듯했다.

윌은 다리에 힘이 풀리기 전 재빨리 침실에서 도망쳤다. 그리고 현관문을 열고 한니발이 자신을 못 찾을 곳으로 도망갔다.

 

13.

 

그리고 사흘이 지났다. 한니발은 윌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돌아오길 바랐다. 그가 어서 돌아와 더 이상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지 않겠다고, 그래도 당신이 날 사랑하는 것을 안다고 말해주길 바랐다. 아니면 자신이 말할 것이다. 자신이 너무나도 당신을 사랑해서 난 더 이상 당신에게 상처 내고 싶지 않다고. 난 더 이상 당신을 아프게 하기 싫다고.

그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니발은 자동적으로 현관문을 향해 뛰어갔다. 그곳에는 윌이 서 있었다. 불과 사흘 만에 윌은 피폐해져 있었다. 뺨은 홀쭉해졌고, 입술에는 핏기가 없었으며, 사랑스럽게 빛나던 파란 색 눈동자는 빛을 잃었다.

 

“윌, 내가 당신을 얼마나 찾았는지 아나요? 나는 당신을…”
“나를 찾지 않았더군요.”

 

윌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윌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리려고 했다. 한니발은 그런 윌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난 당신을 찾았어요. 맹세합니다. 난 당신을…”
“난 당신이 더 이상 나를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요.”

 

윌의 초점 없는 눈동자가 한니발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눈동자에는 슬픔이 서려있기도, 분노가 서려있기도 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윌. 나는 당신을 열렬히 사랑합니다.”
“거짓말.”

 

그러면서 윌은 실소를 터트렸다. 한니발은 그 웃음이 어딘가 서늘하다고 느껴졌다. 윌은 한니발을 지나쳐 부엌으로 향했다. 한니발은 홀린 듯이 윌을 따라갔다.

한니발은 그의 취향대로 꾸며져 있었다. 그 부엌은 한니발의 저택에 있던 부엌과 흡사했다.

윌은 차가운 목소리로 한니발에게 말했다.

 

“날 사랑하나요, 한니발?”
“당신을 사랑합니다, 윌. 당신을 너무나도…”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목이 터져라 그것을 외치는 윌의 눈에는 광기가 서려있었다. 한니발은 그런 윌의 눈을 이제껏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진심을 다해 당신을 사랑해요, 윌. 당신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이리 와요, 윌. 안아줄게요.”

“거짓말하지 마.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 당신이 정말 날 사랑한다면… 이 칼로 내 목을 그어줘.”

 

윌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면서 말했다. 한니발은 그것이 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사시미 칼이었다. 레이디 무라카미가 애용하던 칼이었다.

칼에서 반사된 빛이 한니발의 눈을 아프게 했다. 그 때문에 한니발은 눈을 조금 찌푸렸다. 이내 한니발은 그런 자신의 행동 때문에 윌이 충격받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자신을 귀찮게 여긴다고 윌은 받아들인 것이다. 윌의 턱은 덜덜 떨렸다. 칼을 잡은 윌의 손에 힘이 들어갔고, 이내 손에 피가 통하지 않아 하얗게 질렸다.

 

“나는… 나는… 당신이 날 사랑해주길 바랐는데… 그래서… 근데… 당신은… 나를… 나를… 더 이상… 당신은…”

 

윌은 눈물을 떨구며 고개를 숙였다. 한니발은 조심스럽게 윌과 자신의 거리를 좁히며 말했다.

 

“난 당신을 여전히 사랑합니다. 윌 당신을 너무나도 사랑합니다. 윌, 고개 들어 나를 보세요. 내 눈을 바라봐 주세요. 내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걸 내 눈이 증명할 겁니다.”

 

윌은 억지로 한니발의 고개를 들어 눈을 바라봤다. 그러나 눈물이 앞을 가리는 바람에 그의 눈이 흐릿하게 보였다. 윌은 그의 눈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하지만 윌은 그의 눈이 자신을 진정으로 혐오한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생각했다. 윌에게 그것은 사실로 받아들였다.

윌은 한니발에게 다가갔다. 한니발은 그제서야 안심했다. 그러나 윌은 이내 한니발에게 칼을 쥐게 하더니 그 손을 강제로 자신의 목으로 가져가게 했다.

 

“내 목을 베어줘요.”
“…”
“당신이 에비게일에게 했던 것처럼 나를 베어줘요.”

“윌, 나는…”

“당신이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에요.”

 

한니발은 윌의 손을 떼어 내려고 했지만 윌의 손이 강하게 그의 손을 잡고 있기에 떼어 낼 수 없었다. 윌의 눈가는 피처럼 붉었다. 뺨은 눈물로 젖어 있었다. 윌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 차 있었다. 한니발조차 그처럼 울고 싶었다.

둘은 그런 채로 한참 있었다. 한니발이 끝까지 윌의 목을 가져다 대지 않자, 윌은 한니발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떼어냈다.

한니발은 안심했다. 이제 윌이 예전처럼 자신의 사람을 받고, 더 이상 자신을 학대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윌은 재빨리 한니발의 손에서 칼을 빼앗아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댔다. 윌이 자신의 목을 벤 것은 순식간이었다. 윌은 그 자리에서 바로 쓰러졌다. 한니발은 너무나 당황했다. 윌은 경련하며 목에서 피를 내뿜고 있었다. 그것은 하나의 분수처럼 많은 양의 물을 내뿜고 있었다.

한니발은 윌의 목을 손으로 지혈하며 눈물을 흘렸다. 부디 윌이 잘못되지 않기를 바랐다. 믿지도 않은 신에게 기도했다. 제발 윌을 살려줘. 제발.

윌은 그런 한니발을 침착하게 쳐다보더니 이내 자신의 손을 올려 한니발의 뺨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날 기억해줘요, 한니발. 난 기억해줘요.”

“윌, 죽지 말아요! 윌!”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윌은 헐떡이다가 눈을 감았다. 한니발은 이미 치사량을 넘겨 피를 흘린 윌을 어찌되었든 살리고 싶었다. 그는 절박하게 윌의 상처를 붙잡았다. 마치 그날의 부엌에서 윌이 에비게일의 상처를 붙잡은 것처럼. 그러나 그는 이미 너무 늦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부정하고 싶은 망할 사실을.

그날 한니발은 처음으로 윌의 감정에 이해했다. 자신이 에비게일을 죽였을 때, 자신이 베벌리를 죽였을 때, 자신이 알라나를 죽이려 했을 때의 윌의 감정을. 한니발은 마침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 2020 September Hannibal Collaboration Project Blood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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