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수 | @1am4c0uchp0t4t0
시즌2 5화와 13화 사이
구금된 매튜가 탈옥해 이전과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한니발을 찾아가고
몰래 찾아간 한니발의 지하실에서 애비게일을 발견한다면?
Inspired by Bonnie and Clyde
- Zippo -
[ Rolling wheel ]
‘이대로 감옥에서 썩기에 너무도 아까운 인생이야.’
매튜는 아무 인기척이 없는 숲까지 도망쳐 해가 뜨기를 기다리고 있다. 수분기를 머금은 축축한 공기의 촉감이 팔 위에 닿는다. 그는 아직은 해가 뜨지 않은 새벽하늘을 바라보며 조용히 웃는다. 그는 해가 뜨고 해가 중천에 오르면 한니발의 집으로 갈 것이다. 그곳에서 체서피크 리퍼의 흔적을 뒤지고, 흥미롭게 보았던 파일 그 이상의 것을 탐독할 것이다. 그리고 지난번에 실패했던 체서피크 리퍼의 살인에 꼭 성공하고 말 것이라 다짐한다. 그는 어둠에 얼룩진 별들을 하나하나 삼키며 온몸으로 바깥 공기를 만끽한다.
해가 뜨고, 매튜는 예정대로 한니발의 집으로 향한다. 저택 주변은 온통 고요하고, 내부 또한 고요하다. 매튜는 현관이 아닌 한쪽 귀퉁이 창문을 열고 집 안으로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딛는다. 기다란 복도를 조심조심 걸어 주방으로 향한다. 그는 먼지 한 톨 없는 냉장고를 열어보며 ‘이게 바로 인육인가?’ 훑어보고, 진공 포장된 장기들을 이리저리 주물러보며 웃는다. 그러고는 ‘비싼 것도 먹네,’ 하며 냉장고 문을 닫는다.
팬트리까지 집 구경을 마친 매튜는, 한니발이 어디서 더 자신의 모습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저 냉장고 속 고기가 살아있었을 때, 어떻게 숨을 끊었을지… 그의 살해 방식과 흉기들을 확인하고 싶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매튜는 집 한쪽 귀퉁이에 숨어있는 지하실 문을 발견한다. 직감으로 이 문 뒤로 분명 무언가 숨겨져 있다는 걸 느낀다. 잠겨 있는 문을 억지로 열어낸다. 그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는 기대로 가득 차 서두르는 발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간다. 어두컴컴한 지하실 벽을 더듬으며 전등 스위치를 찾는다. 그러다 쇠사슬에 머리를 두어 번 부딪힌다. ‘허, 이거 완전 본격적으로 갖추고 살았네,‘ 하며 박물관을 구경하듯 암묵적으로 정해진 동선을 따라 걷는다. 여기저기 훑어보던 매튜는 전시된 물건을 몰래 훔치듯 한쪽 벽에 걸린 메스와 칼 한 자루, 약품 몇 개를 전리품으로 챙긴다. 그리고 마지막 동선을 따라 시선을 옮긴다. 발걸음도 시선도 그곳에 얼어붙은 채, 매튜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감탄한다.
“와, 이게 누구야.”
맞은편에 있던 건 창살 안에 갇혀있던 애비게일이었다. 물론 한 쪽 귀가 사라진 채로. 모두 죽은 줄로만 알고 있는 사람을 경찰보다 더 먼저 보게 된 사람이 자신이라니, 감격스럽기 짝이 없었다. 매튜는 이때까지 애비게일을 창살 밖으로 꺼낼 생각이 없었다.
“아저씨, 누구예요? 경찰이에요? 여긴 어떻게 알고 들어온 거예요?”
“질문을 한꺼번에 하지 말아줄래.”
“경찰 아니죠?”
“난 그냥 이 집 주인을 죽이러 온 것뿐인걸?”
“그럼 아저씨가 저보다 더 빨리 저 식탁에 오르게 될걸요.”
매튜는 사실 체서피크 리퍼를 죽일 목적이 크게 뚜렷하지 않았다. 그는 애비게일과 마주친 후 원래의 목적보다는 더 큰 호기심이 생겼고, 계획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계획대로 체서피크 리퍼를 죽이고 나면 경찰이 더는 범인을 잡기 위해 헤매지 않을 것 같았고―사실 자신이 죽을지도 모를 일―, 그건 너무 재미없는 일이었다. 매튜는 생각을 조금 바꾸어 이 앞에 있는 사냥꾼의 딸을 데려다 함께 경찰의 수사망을 어지럽힐 목적을 세웠다. 애비게일의 마지막 말을 듣고 살짝 웃던 그는 한 발짝 더 다가가 팔짱을 꼈다.
“혹시 나랑 같이 도망갈 생각은 없어?”
“제가 왜요?”
“듣자 하니 귀도 잘렸다면서. 그리고 방금 네가 은연중에 너도 식탁에 오르게 될 거라고 말했잖아. 여기서 죽을 셈이야?”
“그건 나중 일이죠. 어차피 밖에서도 죽은 목숨인걸요.”
“어차피 죽은 목숨이라… 나도 같아. 우리 둘 다 당장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들이지. 어때, 내일이 없는 삶을 산다면? 그러니까 이미 죽은 목숨, 재밌게 다시 살아보고 싶지 않아? 아니면 계속 거기 갇혀있던가.”
“꺼내 줘요.”
’거봐,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소리 내어 웃던 매튜는 능숙하게 자물쇠를 부순다. 순간 애비게일의 눈동자는 흔들린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손에 쥐어지는 것은 장미 줄기다. 가시가 손 가죽을 파고드는 잔상은 순식간에 스쳐 지나간다. 창살이 열리기 전까지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이 오간다. 계획을 무산시킨 것에 분노한 한니발이 나를 쫓아와 죽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함께.
[ Flint ]
매튜가 이미 어딘가에서 차를 훔쳐 한니발의 집으로 왔었기 때문에 그들이 한니발의 집을 빠져나오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매튜 옆에 탄 애비게일은 한니발이 아침에 놓고 간 주사약의 기운이 거의 바닥나자 더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바로 옆 운전석에 앉은 매튜가 놓쳤을 리 없었다.
“좋게 생각해. 우린 지금 함께 지은 죄도 없는데 묶여서 쫓기고 있지만, 짜릿하지 않아? 더 큰 죄를 지어도 상황은 똑같거든.”
매튜는 곧게 뻗은 도로 위에서 옆에 앉은 애비게일을 살짝 보고는 다시 운전에 집중한다. 핸들에 손을 얹은 채 듣는지 마는지도 모르는 애비게일 옆에서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홉스 양, 사람 죽여봤어? 죽는 건 많이 봤을 것 같긴 하지만.”
“…”
“이참에 한 번 해볼래? 저기, 히치하이커 말이야.”
“뭐라고요?”
“마침, 나 물에 타는 약도 있어.”
매튜는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서 알약 통 하나를 건넨다. 캡슐을 따서 물병에 넣으라는 말을 끝으로 차는 속도를 점점 늦춘다. 차가 한 남자 앞에 멈추고, 매튜는 차창을 내린다. 애비게일은 손을 벌벌 떨며 캡슐을 손가락으로 가른다. 물병 입구에 가루가 여기저기 튄다. 매튜는 애비게일이 들고 있는 물병과 창밖에 있는 남자를 번갈아 보다가 바깥에 있는 남자에게 웃는 얼굴로 무슨 일인지 묻는다. 남자는 차가 기름이 떨어져서, 주유소가 있는 곳까지만 부탁한다며 태워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매튜는 흔쾌히 뒷좌석에 타라고 손짓한다. 남자는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차에 오른다. 고맙긴 뭘, 매튜는 백미러로 슬쩍, 남자를 확인하고 다시 브레이크에서 발을 뗀다.
애비게일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뒷자리에 앉은 남자에게 물을 권한다. 마침 목이 말랐다며 남자는 아무 의심 없이 물을 들이켠다. 물이 식도를 타고 넘어갈 때까지 애비게일은 시선을 떼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 시내는 가까워져 갈 때쯤, 남자는 아직 잠들지 않은 상태였다. 지금쯤 정신을 잃어야 하는데, 아까 애비게일이 손을 떠는 탓에 약을 쏟아 큰 효과는 없었던 듯했다. 매튜는 애비게일을 한번 쳐다본다. 애비게일 역시 그 시선을 따라 마주쳐온다. 뒤에 앉은 남자가 알아채지 못할 만큼 잠깐 무언의 사인이 오간다. 애비게일은 창문을 열다가 창밖으로 무언가를 던진다. 일부러 던진 티가 나지 않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소리친다.
“아! 스카프가 날아갔어요, 중요한 건데!”
“이런, 주워와야겠네.”
’스카프를 주우러 뒤로 돌아가도 괜찮겠죠?‘ 양해를 구하며 매튜는 다시 뒤로 후진한다. 여러 번 백미러로 뒷좌석을 관찰한다. 남자는 얻어타는 처지에서 제 의견이 중요하겠나요, 하며 괜찮다고 말했다. 매튜는 한 손은 핸들에, 한 손은 재킷 주머니에 담긴 칼을 쥐고 차를 천천히 멈춘다. 애비게일이 차 문을 열고 나가고, 뒤에 앉은 남자는 애비게일을 닫힌 창문을 통해 쳐다본다. 그리고 매튜의 시선은 오로지 남자의 목. 그가 눈치를 채기도 전, 단번에 칼을 목 깊이 쑤셔 넣는다. 창밖을 보고 있던 남자는 입에서 소리를 내뱉는 대신 목에서 피를 뱉어낸다. 차 안의 상황을 창문으로 영화 스크린처럼 바라보던 애비게일은 소리를 지를 틈 없이 입만 벌리고, 넋이 나간 상태로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남자를 뒤로하고, 매튜는 다시 창문을 내려 스카프를 주워 돌아오는 애비게일에게 말했다.
“미안. 이걸 너한테 시키려고 했는데, 마음이 조금 급했어.”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전리품을 챙겨야지. 시체는 아무 데나 버리고. 홉스, 어느 부위가 좋겠어?”
“귀요.”
“그럼 그건 네가 해. 일단 타.”
사람 없는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운 매튜는 한니발의 집에서 챙겨왔던 메스를 애비게일 손에 쥐여 준다. 애비게일은 메스를 건네받아 차에서 내리고 뒷좌석 문을 연다. 이내 숨이 끊어진 남자의 몸이 밖으로 쏟아져나오기 전에 매튜는 차 안에서 남자의 몸을 붙들어 놓는다. 메스를 쥐고 있는 애비게일의 손이 벌벌 떨린다. 메스가 남자의 귀에 가깝게 다가갈수록 자신의 귀가 잘렸던 그때의 감각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머뭇거리는 애비게일의 손 위로, 어느새 애비게일의 뒤에 서 있는 매튜의 손이 겹쳐진다.
“그 유명한 사냥꾼의 딸이라면서, 왜 이렇게 벌벌 떨어. 봐, 이렇게 하는 거야.”
“할 수 있어요.”
“그러던지.”
매튜가 긋던 자국을 이어받아 애비게일이 조심스럽게 메스를 쥐고 긋는다. 예리한 칼날이 부드럽고 깔끔하게 피부를 가른다. 귀를 잘라내는 데에 집중한 애비게일은 손에 묻는 피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이렇게요?”
“그래, 그거야. 이제 네가 사냥꾼이 되는 거야. 어때?”
“벅차요.”
“완벽한 대답이야.”
[ Oxygen ]
그날 두 사람은 그들이 타고 있는 차 뒷좌석에 그대로 남자를 내버려 두고, 그들이 왔던 길을 다시 거꾸로 내달렸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이유는 타고 왔던 피로 범벅이 된 차를 버리고, 깨끗한 차로 갈아타기 위함이었다. 매튜는 기름이 바닥났다던 남자의 차로 기름을 전부 옮긴 뒤, 시체와 함께 타고 왔던 차를 버린다. 그러고는 그 남자의 차를 다시 몰고 멀리, 더 멀리 이동했다. 두 사람은 남자의 지갑에서 현금을 훔쳤고, 볼티모어를 떠난 후에는 한니발 집에서 훔쳐 왔던 몇몇 물건들을 팔았다.
“아저씨, 사실은요. 전에 사람을 죽인 적이 있어요.”
“오, 듣던 중에 가장 반가운 소리네.”
“아저씨는요?”
“내가 바로 너를 가뒀던 그 남자를 죽일 뻔한 사람이지. 물론 사슴 머리에 사람도 박아 봤어.”
“사슴뿔이라면 지긋지긋해요.”
“나도 달갑진 않아. 어디까지나 모방이었으니까. 난 카피캣 소리는 듣기 싫거든.”
“저도 아버지의 보조에 불과했어요.”
“우리는 이제 ‘매’야. 작은 새가 무서워서 도망갈, 그런 매.”
애비게일은 매튜를 한 번 바라보고는 짧게 웃는다.
“이제, 작은 새 사냥을 한번 해보자고.”
두 사람은 주변이 나무로 둘러싸인 아무도 없는 곳에 차를 세워두고, 훔친 돈으로 산 음식을 먹으며 밤하늘을 바라봤다. 둘은 차에서 잠을 자고, 해가 뜨면 또다시 달린다. 모래가 날리는 도로 위를 달리는 두 사람의 얼굴에서는 섬찟하면서도 행복한 표정이 감돈다. 햇볕이 머리 꼭대기를 노려볼 때, 그들은 주유소에 딸린 가게에 간단히 먹을 음식을 사러 들어간다. 가게 한 편에 놓인 텔레비전에서는 어제 자신들이 저지른 일들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제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 도난당한 차량 내부에서 시신이 발견되어 조사 중이며 … 사체는 훼손된 것으로 확인되었고 … 경찰은 용의자 모색에 힘쓰고 있습니다 … 범인은 수술용 메스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 ‘
[ Friction ]
“아저씨, 깨기 전에 찔러요?”
애비게일은 메스와 며칠 전 식료품점에서 산 주방용 칼을 번갈아들어 보이며 매튜에게 어떻게 할지를 묻는다. 매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저 웃는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은 흉기이지만, 어쩐지 고민하는 모습이 귀여워 보인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대로 해 봐. 뭐, 예를 들어… 메스로 피부만 벗겨내 보던지.”
“아저씨, 이렇게요?”
“너 어제 떨던 애 맞아?”
애비게일은 힘없이 늘어져 있는 사람의 팔뚝을 쥐고, 다른 한쪽 손으로 메스를 들고 천천히 포를 떠낸다. 그러고는 메스를 쥔 손은 가만히 놔두고 고개만 살짝 돌려 자신을 뒤에서 서서 바라보는 매튜를 바라본다. 사람의 피부를 벗겨내는 모습을 매튜는 그저 하나의 재밋거리로만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있잖아, 그놈의 아저씨 소리는 언제 관둘 생각이야?”
“이름을 안 알려줬잖아요.”
“미안. 매튜 브라운이야.”
“애비게일 홉스에요. 홉스 말고 애비게일이라고 불러요.”
“그래, 애비게일. 너도 편하게 매튜라고 불러.”
“싫은데요, 아저씨.”
어이없다는 듯 짧게 허, 하고 웃는 매튜를 뒤로하고 애비게일은 하던 일을 마저 하기 시작했다. 메스로 능숙하지는 않지만 거침없이 손을 움직였다. 매튜는 어디까지나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역할이었고, 나서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웠다. 항상 뒤에서 돕기만 하던 애비게일이 스스로 살인을 주도하는 모습이라니, 매튜는 ’작은 새‘를 ’매‘로 만든 것에 대해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바닥에 고인 어두운 핏물에 비친 두 사람의 표정은 미소를 띠고 있다.
애비게일이 귀를 잘라내고, 피부까지 벗겨낼 동안, 이 두 사냥꾼에게 희생당하고 있는 사람의 숨은 붙어있었다. 벗겨낸 몸 위에 찔린 상처를 남기기 싫어서 그들은 질식시키는 쪽을 택한다. 매튜와 애비게일이 떠난 이후, 그들의 발자취를 좇던 경찰이 시신을 발견하고, 그다음 날 뉴스에서도 그들의 업적을 알리는 기사가 났다.
’귀를 잘라가는 연쇄 살인범의 범행이 날이 갈수록 잔혹해지고 있습니다. … 신체 훼손의 정도가 심각하며, 혼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엔 규모가 크고 … 용의자의 이동 범위가 넓고 뚜렷한 동기 없이 범행을 저지르는 만큼 …‘
두 번째로 이뤄낸 사냥은, 이제 꽤 그럴듯했다. 숨을 끊어낸 횟수가 많아질수록, 그리고 매튜가 애비게일에게 동공의 크기로 긍정과 부정의 대답을 들을 수 있다고 알려준 뒤로, 그들은 조금 더, 더, 더 잔인하고 과감해져 갔다. 그들이 남겨놓은 발자국에 지레 겁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알아갈수록 그들은 표현할 수 없는 쾌락 감을 맛봤다. 어느덧 몇 주가 지나, 잘라낸 귀가 조수석 앞 수납함을 넉넉히 채웠을 때, 애비게일은 조금씩 이 생활이 불편하기 시작했다.
[ Spark ]
“차에서만 자는 거 너무 힘들어요.”
“미안, 어쩔 수 없어. 훔친 돈은 먹고 기름 넣는 데에도 빠듯하니까.”
“그냥 거기 갇혀있을 걸 그랬어요.”
“후회해?”
“네.”
“애비게일.”
“왜요?”
“편히 누워 잘 침대만 있으면 돼?”
매튜는 목적지를 알리지 않고 무작정 차를 몰아간다. 매튜가 무슨 속셈인지 알 수 없었던 애비게일은 ’이러다 축축한 잔디 위에 매트리스 하나 덜렁 놓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네 번째로 훔친 붉은 빛의 차는 넓은 평야가 보이는 곳을 지나 점점 지평선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언덕이 가까워지고 높은 산이 보이는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저씨, 또 어디를 가려는 거예요?”
“아저씨라고 하기엔 아직 젊어, 나.”
“아저씨 맞잖아요.”
“너 나랑 얼마 차이 안 나거든? 나 서른도 안 먹었다고.”
“전 이제 갓 스물 넘었는데요?”
“그래, 아저씨라고 부르든지 말든지.”
매튜는 산을 굽이굽이 넘어 고즈넉한 마을의 꽤 좋아 보이는 집 앞에 차를 세운다. 두 사람이 내리자마자 눈앞에 보인 것은 밝은 톤의 화강암으로 마당에서 현관 입구까지 이어져 있는 층고가 높게 설계된 이층집이었다. 높은 층고에 걸맞게 1층의 창문 또한 넓고 높았다. 창문 뒤로 보이는 얇고 하얀 커튼은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 흔들렸다. 커튼이 바람에 살짝 흔들리며 걷힐 때마다, 저택처럼 넓은 집의 거실 안 피아노를 치는 여인과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남자가 보인다. 매튜와 애비게일은 그 모습을 꽤 오랫동안 숨어서 조심스럽게 지켜본다. ―지켜보는 동안 두 사람은,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이 저 둘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애비게일은 시선을 창문에서 매튜의 옆얼굴로 옮겨간다.
“침대만 있으면 되는 것치고, 딸려오는 게 많네요.”
“친구 좋다는 게 뭐겠어.”
이윽고 커튼 사이로 보이는 두 사람이 피아노에서 벗어나, 여자는 2층으로, 남자는 넓은 거실로 향한다. 매튜는 조심스럽게 남자가 앉아있는 소파 뒤의 창문으로 향한다. 애비게일은 매튜를 따라가지 않고 2층 계단이 보이는 곳에 서서 망을 본다. 소파에 앉아있던 남자가 거실 테이블 위에 있는 턴테이블에 다가가 음악을 재생하고, 음악 소리가 거실을 가득 채울 때, 그 사이 매튜는 커튼을 흔드는 바람처럼 조심스럽고 과감하게 거실 안으로 들어간다. 급소를 찌른 칼은 남자의 몸에 점점 깊이 박힌다. 남자의 비명은 음악과 함께 화음으로 울려 퍼진다. 매튜는 손으로 남자의 입을 막고, 소리가 새어 나오던 남자의 입가에 퍼지는 숨은 점차 얕아지다 이내 사라진다.
매튜는 고개를 돌려 애비게일을 찾는다. 조금 전까지 망을 보며 사인을 주고받던 애비게일이 보이지 않았다. 거실에서 들리는 음악이 잠시 조용해질 때, 정적을 깨고 여자의 비명이 계단을 타고 1층까지 울려 퍼진다. 애비게일의 목소리인지, 다른 사람의 목소리인지 분간할 수 없던 매튜는 허둥대며 저도 모르게 계단 쪽으로 달려나간다. 그는 피로 낭자한 몸에 발이 걸려, 다른 한쪽 발을 헛디딘다. 피가 범벅인 왼쪽 손이 바닥을 짚으면서 바닥에는 발자국 대신 손자국이 남는다. 어째서 이성을 잃고 뛰어나가는지, 달려나가면서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매튜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위층 계단을 오른다.
2층에는 문이 두 개가 있었다. 비명이 환청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복도는 고요하고, 깨끗했다. 매튜는 가장 가까운 문을 먼저 연다. 하얀색 침구로 꾸며져 있는 화사한 인테리어의 침실이었다. 복도와 마찬가지로 아무도 없고, 침대 옆 협탁 위 꽃병에는 장미가 두 송이 있었다.
환한 방을 나와 다시 그늘진 복도로 나온다. 매튜의 동공은 바뀐 환경에 따라 한층 더 커진다. 비교적 깨끗한 그의 오른손이 벌벌 떨린다. 애비게일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긴다. 매튜는 오로지 함께 범죄를 저지를 파트너 정도로만 애비게일을 대했다고 생각했으나 떨리는 오른손이 하나밖에 남지 않은 문손잡이에 다가갈 동안 무언가 다른 감정이 남아있다는 걸 깨닫는다. 문손잡이가 함께 떨리며 열린다.
“어…, 애비게일?”
마치 영화 세트장 중에 하나일 듯한 오래된 중세풍의 서재는 이미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모습이었다. 비명의 근원일 두 사람은 전부 눈을 감고 쓰러져 있었다. 칼은 중간에 떨어져 있고, 1층 거실과 다를 바 없이 붉은 피가 온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매튜는 쓰러져 있는 애비게일의 옆에 무릎을 꿇고, 여전히 벌벌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그 떨림에 애비게일은 눈을 뜬다. 매튜는 굳어있던 입술을 한번 씰룩거리며 억지로 웃어 보인다.
“이거, 네 피야?”
“아뇨, 저 사람 거예요.”
“망보고 있으랬잖아?”
“계단을 내려오려는 여자랑 눈이 마주쳤어요. 다시 올라가길래, 수상해서 따라갔더니 전화를 하려고 하더라고요.”
애비게일은 전화기 선을 칼로 잘라내고 여자와 몸싸움을 하던 끝에 자신이 배를 찔러 끝냈다고 말하면서, 어느새 지친 표정을 지워내고 부자연스럽게 웃는 매튜의 웃음에 답하듯 환하게 웃어 보인다.
“친구 좋다는 게 뭐예요.”
[ Ignition ]
두 사람은 시체를 함께 집 뒷마당에 묻는다. 시체가 누워있던 거실 바닥은 물 양동이와 수건을 가지고 모두 닦아냈고, 서재는 1층 천장에 피가 배어 나오지 않을 정도로만 대충 정리해놓고 문을 잠갔다. 해 질 무렵, 두 사람은 비로소 집주인이 되었다. 매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자신의 집인 것처럼 소파에 앉았다. 애비게일도 그 옆에 앉아 몸을 기댄다. 두 사람이 앉아있는 소파 아래는 핏자국으로 범벅인 카펫이 있던 자리다. 지평선 아래로 떨어지려는 해는 낮은 자세로 집 안을 비춘다. 해가 저물 때까지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어디선가 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는 커튼 자락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뭐 좀 먹을래?”
매튜는 정적을 깨고 소파 위에서 일어난다. 애비게일은 눈을 마주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매튜는 애비게일의 반응에 조금 초조한 기분을 느낀다. ’아직도 후회하고 있으려나‘ 하고 잠시 고민한다. 그는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온 신경은 거실 소파 위 애비게일에게 쏠려있었다. 거실과 주방을 나눈 아치형 문을 지난 매튜는 팬트리에서 먹을 음식을 찾는다. 꽤 좋은 집에 사는 만큼, 주유소에 딸린 가게에서 파는 싸구려 인스턴트 식품과는 질이 다른 재료들이 가득했다. 매튜는 할 줄 아는 요리가 많지 않지만, 평소 해 먹던 요리를 준비한다. 같은 시각, 애비게일은 소파에서 주방이 잘 보이는 쪽으로 돌려 앉아 매튜의 모습을 바라본다. 사람을 죽이던 모습과는 다른,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의 매튜를 보고 있자니 어색하면서도 싫지 않은 기분이 든다. 아니, 사실 그 모습이 좋았다. 그동안 저지른 일들을 모두 묻어버리고 살고 싶을 만큼.
두 사람은 저녁 식사가 끝나고, 그릇을 함께 치운 다음 거실에 다시 모인다. 턴테이블에 올려놓은 엘피판이 천천히 돌아가면서 나른하고 편안한 음을 연주한다. 거실 테이블 위에 놓인 양초 하나는 거실 중앙과 소파에 앉은 애비게일과 매튜의 얼굴을 은은하게 비춘다. 축 늘어지는 음이 거슬려 매튜는 음악을 바꾸러 턴테이블로 향한다. 그 사이 애비게일은 소파 위에서 잠이 들고, 곤히 잠든 애비게일을 발견한 매튜는 그 앞에 쪼그려 앉아 애비게일의 감긴 눈과 속눈썹을 하나하나 천천히 들여다본다. 귓가에서 늘어지는 음이 흐른다. 흘러내리는 촛농과 함께 촛불이 꺼지고, 매튜도 그 앞에서 잠이 든다.
매튜와 애비게일이 이 넓은 집에서 두 번의 낮과 밤을 보내고, 세 번째로 밝은 해를 마주했을 때였다. 애비게일은 이 집 안으로 들어오기 전 바라만 보았던 피아노 앞에 앉아있다. 그것도 이 피아노의 주인이 입던 옷을 입고, 그가 치던 악보를 보면서. 매튜는 그날처럼, 피아노 앞에 앉은 여자를 바라보던 그 남자와 같이 피아노에 기대어 애비게일을 바라본다. 하지만 어딘가 슬픈 눈이다. 매튜는 이 평화가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아직 경찰에서도 귀를 잘라가는 연쇄 살인범의 형태를 잡지 못하고 있으니, 잡히더라도 혼자 잡히는 쪽이 낫다고 생각한다. 매튜는 잠든 애비게일의 얼굴을 바라본 이후부터 지금까지 목구멍 밖으로 내뱉지 못한 말을 속으로만 되뇌고 있었다. 이제는 말을 뱉어야 할 때였다.
“애비게일,”
애비게일은 조금은 낮고 단호하게 느껴지는 말투에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쳐온다. 매튜는 그 찰나 동안 몇 번이고 고민한다. 흔들리는 동공을 들키지 않으려 피아노 너머 건반 위에 놓인 애비게일의 손가락을 바라본다.
“너를 다시 보내줄까 해.”
매튜는 말을 내뱉고서 후회한다. 보내고 싶지 않다는 말은 하지 못하고 삼킨다. 그는 애비게일을 놓아주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임을 애써 무시할 수 없었다. 예상치 못했던 말을 들은 애비게일은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감정을 느낀다. 숨길 수 없이 목구멍에서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어디로 보낼 건데요, 한니발의 집으로요?”
“어디든 나와 닿지 못할 곳으로. 너도 이 생활이 지겹다고 했잖아.”
“함께 도망가자고 한 건 아저씨예요. 이미 멀리 와버렸다고요.”
“매는 혼자 생활해, 알지? 그러니까….”
“진짜 나를 보내고 싶은 거예요?”
애비게일은 매튜의 두 눈동자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매튜는 대답하지 않는다. 애비게일의 푸른 눈동자를 마주하려 하지 않는다. 그는 대답을 바라는 애비게일을 애써 모른 척하고 지금 당장 이 집을 떠나자며 집 앞이 다 내려다보이는 현관 쪽을 향해 걸어 나간다. 애비게일은 피아노 앞에서 나와 현관 앞에 서 있는 매튜를 붙잡으러 발걸음을 옮긴다. 이윽고 애비게일이 매튜의 손목을 붙잡자, 동시에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온다. 잡힌 손목을 따라 몸을 돌려온 매튜는 붉어진 눈시울로 그녀를 뒤돌아보고,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쳐온다.
“이래도 나랑 있을 거야? 우린 영원할 수 없어.”
“아뇨, 우리에게는 내일이 없는 거예요.”
애비게일은 매튜의 손목을 억지로 끌어당긴다. 그러고는 무작정 집의 뒷문으로 달려나간다. 매튜는 애써 거부하지 않고 손목을 내어준다. 어쩌면 그는 떠나지 않겠다고 말하는 애비게일의 모습을 바라고 바랐을지 모른다. 뒷마당에는 차고가 있었다. 두 사람은 이 집 주인의 차를 타고서 경찰차가 가로막은 쪽이 아닌 다른 길로 빠져나가 또다시 며칠 전 모습처럼 달리고 달린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만끽한다. 바람에 흩날리는 것은 비단 머리카락만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눈가에 눈물을 가득 머금고는 서로를 향해 방긋 웃는다. 바람에 퍼져나가는 눈물과 함께 그들은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다.
[ Combustion ]
그들은 계속해서 달렸다. 경찰은 약 1시간 정도를 뒤쫓아왔다. 매튜는 여러 대가 따라붙기 전에 서둘러 따돌리려고 속도를 낸다. 꽤 오랫동안 달리고 보니 핸들 뒤 계기판이 깜빡거린다. 기름이 다 떨어져 간다는 표시에 불이 들어온다. 아슬한 절벽 옆을 달리는 차는 목적지 없이 달린다. 달릴 수 있는 만큼 자동차를 몰고 간다. 경찰을 겨우 따돌리고 그들은 한적한 해변에 차를 세운다. 이제 매튜와 애비게일에게 더는 도망갈 구석이 없다. 그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차 앞 범퍼 위에 앉아 바닷바람을 맞는다.
“이제 어떻게 할래?”
“어쩌면 좋겠어요?”
“나는 네가 지금이라도 도망갔으면 좋겠어.”
“거절할 거라는 거, 알고 있죠?”
“응.”
“그때 후회한다는 말, 그 말을 뱉은 걸 후회해요. 나는 당신과 함께여서 좋았어요, 매튜.”
애비게일의 목소리로 처음 들은 자신의 이름은 생각보다 매우, 아름다웠다. 매튜는 그렇게 생각했다. 조금 더, 한번만 더, 아니 영원히… 그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이 다가오는 게 두려워졌다. 애비게일 역시 처음으로 불러본, 마음을 들킬까 애써 꾹 눌러 삼켰던 그의 이름을 부르면서 조금이라도 더 일찍 불렀더라면, 하고 생각했다. 매튜는 살인을 할 때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벅찬 감정을 느낀다. 그가 ’나도 너와 함께여서 좋았어, 애비게일‘ 이라는 말을 채 내뱉기도 전에, 두 사람은 예상보다 조금 이른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해가 지는 방향으로 앉은 두 사람 뒤에 결국 놓치지 않고 쫓아온 경찰이 있었다. 그들은 탈옥한 매튜를 우선순위로 체포할 것을 목표로 정하고 있었다. 탈옥범의 연쇄살인은 죄질이 나빴고,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 실탄을 사용해도 된다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렇게 실탄은 매튜의 몸통을 파고든다. 파고든 총알은 이리저리 회전하며 몸속을 온통 헤집는다.
매튜의 미소가 번진 얼굴 아래로 피가 옷을 적시며 퍼져나간다. 애비게일은 한쪽 귀로 들은 총소리와 눈앞에서 퍼져가는 붉은 얼룩을 바라보며 아주 잠깐은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매튜의 몸이 애비게일의 오른쪽 어깨 위로 쓰러지고, 애비게일의 귓가에는 온통 총알이 헤집은 몸이 놓치고 잃어버린 낱말들의 조합과 신음뿐이었다. 애비게일은 쓰러진 매튜의 몸을 껴안는다.
“나도…. 좋았어, 너와….”
매튜의 입에서 새어나온 말들이 채 마무리되지 못했음에도 경찰들은 껴안고 있는 두 사람을 떼어낸다. 애비게일은 수갑을 채우려는 것을 온몸으로 거부한다.
“매튜!”
양팔이 붙들려 다가갈 수 없이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애비게일은 울부짖는다. 축 처진 몸으로 매튜는 겨우 풀려가는 눈을 떠 애비게일을 바라보며 웃는다. ’그래, 이름을 좀 더 불러 줘.‘
애비게일은 수갑이 한쪽 손을 채우고 나머지 한쪽에 마저 채워지기 전에 주머니 속에서 메스 한 자루를 꺼내 든다. 그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스스로 목에 날카로운 날을 꽂아 넣는다. 매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젓는다. 깊이 박아넣은 메스 한 자루가 다시 바깥으로 빠져나올 때, 구멍이 난 수도관에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듯이 메스가 채우고 있었던 공간을 따라 피가 함께 뿜어져 나온다. 매튜의 눈이 감기는 동시에 애비게일도 정신을 잃어간다. 해변은 석양 때문인지, 그들이 흘린 피 때문인지, 온통 붉게 물들었다.
축 늘어진 연쇄 살인범들의 몸들을 수습하는 것은 경찰이었다. 매튜 쪽은 경찰의 과실이었지만 언론과 경찰은 매튜와 애비게일의 죽음을 연쇄 살인범들의 종지부 살인이라는 타이틀로 남기고 서로가 서로를 죽인 충격적인 결말이라며 떠들어댔다. 그리고 마지막에 목격한 두 사람의 관계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때만큼은, 경찰이 가해자로 보였으니까.
Fin.
